처음 본 여자가
버스에서
내 갑빠를 만진
슬프고 아름다운
성추행이야기.
-_-
아침 출근길에
분당으로 가는 3330번 버스는
정말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매일이 지옥이다.
언제나 사람들이 꽉꽉 차서 미어터진다.
정말이지 사람들 사이에서 눌리고 짖이겨지다보면
김밥 안에 재료들의
그 답답한 심정이 이해가 되고
재료들에게 연민마저 느껴질 정도다.
아무튼
그 정도다.-_-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해도
문을 못열고 그냥 갈 때도 많고
간신히 열었다 해도
카드도 찍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을 억지로 밀어내고
전투적으로 들어가야 간신히 탈 수 있다.
상황이 너무 지옥이니
오히려 자기를 거칠게 밀고 들어오고
자기 발을 밟는다 해도
다들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그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깐. 하고 이해를 해주고,
밟은 사람도
이 상황이니까 당연히 이해해주겠지 하고
사과 안하고 묵인하는...(너무 꽉 껴서 사과할래야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심지어 버스에서 방구냄새가 새어나와도
다들 불쾌해하며 누구야? 하고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 배가 눌렸나보다.
하고 이해해주는 상황...
지옥 속에서
관용과 배려가 오히려 살아나고
다들 부처가 되는
그런 경지의 상황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몸매의 사람들끼리 꽉 찼을 때
베풀어지는 배려와 관용인 것이고
나 같이 헤비급의 큰 등치가 새로 합류했을 때는
버스 안 곳곳에서 대놓고 탄식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아이고..."
"으으윽..." <---- 나한테 눌려서 신음소리.-_-
"아이고... 기사아저씨.
좀 태웁시다...
숨도 못 쉬겄네..."
"에어컨 좀 틉시다.
땀나서 죽겄네..." <--- 올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아침.
문 간신히 열려도
사람들 등판과 엉덩이들로 막혀서
아예 밀어내지도 못하고
타지 못할 때도 많다.
문이 간신히 열린다해도
등판과 엉덩이들이 꼭 나한테 말하는 것만 같다.
제발 타지 말아달라며.
꼭 이번 차여야만 하냐며.
다음 차는 차도 아니냐며.
엉덩이들이 나한테 울부짖는 것만 같다.
-_-
특히 넌 타지 말라며.
-_-;
씨파.
치킨을 끊던지 해야지.
서러워서... 원.
그런데 솔직히 서있는 사람들만 지옥이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편안하게 자고 있다.
가끔은 자고 있는 사람들이 죄 지은 것도 없건만,
괜히 얄미워보여서
이마를 딱! 하고 딱밤 날리는 상상을 하거나
너무 힘들어서
무릎에 앉아보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난 숨도 못쉬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 입을 헤~ 벌리고 너무나도 편안하게 잠든 남자가 있었다.
얼굴 훤히 보이게 고개까지 뒤로 제끼고 자는-_-
그 얼굴 보고 있다가
정말 나도 모르게
괜히 얄미워져서...
어느 순간 이마쪽에 시선이 꽂히기 시작하더니...
'아... 저 이마 딱 한대만 치면 소원이 없겠구나!'
라며
손이 스르르르...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정신차리고
막은 적도 있었다.
-_-
암튼 아침마다 3330버스는
전쟁이다.
내가 볼때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카드 슬쩍 안 찍는 사람들도 은근 있는 것 같다.
불쌍한 3330 아저씨.
가끔은 손님들과 말싸움하면서 운전하실 때도 있는데...
좀 안쓰럽기도 하다.
암튼 이 버스를 타신 적이 없거나
다른 지역에 계신 분들을 위해
자세히 묘사를 해드렸는데...
3330의 상황은 다들 충분히 이해하셨다 보고...
오늘 아침에 정말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앞문 바로 끝계단에 간신히 올라타서
문이 열릴때마다 발이 끼거나
등판이 강타당하면서 지옥을 경험하던 난.
몇정거장 지나면서
밀리고 밀려서
두번째 좌석쯤까지 밀려올라갔는데...
사람들 사이에 하도 꽉 눌려서
손잡이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
버스가 급정거해도
전혀 미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짖눌리고 짖눌려
터져가고 있었다.
정말 실제로 터지는 소리가 났다.
-_-
진심 숨을 못쉴 정도로 호흡곤란이 와서
잠시동안 차창밖으로
검은한복 입으신 분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고 계셨다.
아무튼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정신력으로 이겨나가고 있었다.
근데 옆에 한 20대 여자가 사람들한테
밀리고 치이다가
팔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들리더니
팔이 살짝 굽힌 형태로
"어멋!"
손등이 내 왼쪽 가슴에 착 붙은 체로
그렇게
한 정거장을...-_-
여자도 나만큼 당황해서
팔 빼낼려고 낑낑 안간힘을 쓰는데
꽉 껴서 뜻대로 잘 안되고...
정말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여자가 내 가슴에 손을 대고 가는 것도 어이없고 웃겼지만...
내 자세가 골때렸다.
아까부터 사람들 사이에 치여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두팔 들린 체로
만세자세로 오고 있었다는...
-_-
상상을 해보시라.
여자는 처음 본 남자 가슴에 손은 올렸는데
꽉 껴서 손은 꼼짝도 안 하지,
그런데 민망해서 남자를 슬쩍 보니
등치 큰 남자는 두 팔 들고 만세 자세로 오고 있지...
남자도 팔이라도 내린다면 덜 민망할 것 같아서
팔 내려볼려고 하는데
역시나 꽉 껴서 팔도 못내리고 있지...
누가 보면
이 형국이
여자가 가슴 만져주니
남자가 흥분에 못이겨서
두 팔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_-
그런데 둘 다 그냥 속으로만 민망해하고
꾹 참고 웃으면서 갔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둘 다 웃음이 터져버린 것이 문제였다.
난 처음에 민망해하다가
결국에 어느 순간부터
이 상황이 갑자기 너무 어이없고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크후흠...!!!!!!!"
하고 터져버리고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여자도 내가 웃음이 왜 터진 지 잘 아는데
자기는 지금 처음 본 남자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여자인지라
유교사상이 짙은 우리나라 통념상
차마 대놓고 같이 웃진 못하겠고
웃음 참을려고
괜히 힘든 척
안 웃긴 척
괜히 이 상황이 짜증나는 척
도도한 여자인 척
짜증섞어서 낑낑대는 소리내다가
결국엔 지도 그런
가증스러운 지 모습이 웃기고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애는 써보는데...
그런데 안그래도 등치 큰 남자가 시뻘건 얼굴로
고릴라처럼 두 팔을 만세자세로 들고 있으니
그거 보고는 웃겨서
"흐응으음...!!!!!"
하고 흐느끼듯 웃음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가슴에 손등대고 있는
여자의 기역자로 굽혀진 지 팔 모양보고
난 한번 더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신히 심호흡으로 웃음 진정시켜나가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여자가
웃음 참을려고
입술 꽉 깨물고 있는 거랑
등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고
내 가슴에 놓여진 손등이 부르르 떨리는 게
그게 너무 웃겨서
한번 더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이 순간
난 왜 도대체
처음 본 여자의 손에
내 가슴을 맡겨야 하고
그리고 왜 난 지금 이 순간
두 팔을 이렇게 만세자세로 들고 있는 지
이 상황이 너무 슬프고 어이없어서
난 또 그것땜에 연쇄적으로 미친듯이 웃고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도
'저 이상한 여자 아니에요!
전 지금 어떻게든 당신의 가슴에서
손을 떼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라는 눈빛으로
내 가슴에 손을 떼어내려고
필사적으로 팔과 손에 젖먹던 힘까지 주어보지만
몸통자체가 꽉 껴서 팔은 죽어도 꿈쩍도 안하고...
결국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는 바람에
그것이 오히려 미묘한 자극이 되어
상황은 더욱 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버렸고......
여자와 난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눈빛으로 이 상황을 이해해주고 있었지만
방금 손 꿈틀댄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내가 많이 개방적인 사람이지만
처음 본 여자가 내 가슴을 긁어주는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고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둘 다 동시에 시름시름 앓듯이
미친듯이 웃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 흐으...흥응으으흠응....!!!!!!
남자: 크으으흥흡응흥으윽음....!!!!!
둘 다 끄윽끄윽 소리내며
웃음 참을려고 부르르 떨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 와중에 드는 생각.
여자 손은 도대체 언제까지 내 가슴에 게속 이러고 있어야돼?
난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만세하고 서 있어야 돼?
라고 속으로 이 상황을 어이없어하다가
또 웃음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 진정 되어가고
무표정까지 갔었던 여자는
이런 내 모습에
생각이 일치했는 지
또 다시
"크르흥...!!!!!"
하며 코에서 굉음까지 내며
웃음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나와 그녀는
샴쌍둥이였다.
그러다가
다음 정거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탑승한다고
밀고 들어오면서
안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그때서야 그 여자와 분리될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
후우...
그런데 이 여자도 혹시
나랑 같은 생각했나 모르겠는데...
사겨볼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던 나.
-_-
암튼 한 정거장이 정말 지옥같았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짜증나게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
-_-
그것도 사람들한테 밀려서
중간문 계단 같은 칸에 둘이 서 있다가
문열리자마자 사이좋게 땅에 동시 착지.
폴짝.
다행히 내리자마자
방향이 서로 정반대로 갈렸다.
휴우.,,
방방타다가 땅에 내려오면
일시적으로 타는 것 같은 느낌 나는 것처럼
지금도
내 가슴에
그녀의 손등이 있는 거 같다.
헐리우드 배우들이 핸드프린팅 하듯이
내 가슴에 이 느낌이
오래오래 각인될 것 같다.
-_-
암튼 그녀.
내일 아침
또 볼 것 같은
불길한 느낌.
이런 씨파.
안 마주치게
새벽부터 출근해야 되나?
-_-
암튼
아침부터
웃음이 넘쳤던
활기 찬
시트콤같은 하루였다.
아. 하나 더 이야기 해주면
며칠 전엔
사람들 미친듯이 꽉꽉 차서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여주고자 하는 마음에
등에 멘 부피가 큰 내 가방을
앞으로 메려고 가방을 옮기는데...
그 순간
사람들이 압착되면서
잠바와 안에 티셔츠가
가방으로 인해
사선으로 말려 올라가면서
(젖꼭지 근처까지)
20여분을
배를 쌩으로 깐 채로 왔다.
내가 무슨 가수 비도 아니고.
-_-
암튼...
주말에 3330을 안 타니
정말 행복하다.
아무튼 매일 지옥을 같이 경험하는
3330을 비롯한
만원버스 기사 아저씨의 노고와
매일 아침 만원버스타시는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